← 세계 기독교 지형도

미국장로교의 30년

같은 교단이 같은 문제를 두고 30년 넘게 회의했다. 그 과정이 결론보다 중요하다.

왜 이 사례인가

한국 교단에서 성 소수자 문제는 논의가 시작되지 않는다. 발언 자체가 징계 사유가 되기 때문에 무엇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경험이 축적되지 않는다.

미국장로교는 같은 문제를 공개된 절차로 30년 넘게 다뤘다. 결론에 동의하든 하지 않든 쟁점이 제도 안에서 어떻게 굴러가는가를 볼 수 있는 자료다.

시간표

1978년 — 총회가 안수 자격에 관한 지침을 채택했다. 동성애 행위를 하는 사람의 안수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동시에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반대한다고 명시했다.

1993년 — 총회가 논의를 3년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교단 분열 위험이 커졌다는 판단이었다.

1996년 — 헌법 개정으로 이른바 순결 조항이 들어갔다. 안수받는 자는 혼인 관계 안에서의 정절이나 독신을 지켜야 한다는 문구다. 지침이 헌법 조문이 됐다.

1997년과 2001년 — 이 조항을 삭제하는 안이 총회를 통과했으나 노회 비준에서 부결됐다. 총회가 통과시켜도 과반 노회가 동의해야 헌법이 바뀌는 구조다.

2006년 — 총회가 노회와 당회에 자격 심사의 재량을 일부 인정하는 보고서를 채택했다.

2010년 — 총회가 다시 삭제안을 통과시켰다.

2011년 — 노회 비준이 이번에는 통과됐다. 조항이 삭제되며 성 소수자 안수가 열렸다. 1997년의 부결에서 14년이 걸렸다.

2014년 — 총회가 혼인 정의를 두 사람 사이로 개정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동시에 목사가 집례를 거부할 수 있고 당회가 시설 사용을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2015년 — 노회 비준 완료. 헌법상 혼인 정의가 바뀌었다.

갈라짐은 그 전에도 있었다

이 쟁점만으로 갈라진 것이 아니다. 미국 장로교는 150년 동안 계속 갈라져 왔고, 2011년의 이탈은 그 계보의 최신 항목이다.

남북 분열 이후 첫 이탈OPC 노선의 확대PCA보다 넓은 자율EPC 뒤 다시 이탈 1861 남북 분열 노예제를 두고갈라섬 1936 OPC 메이첸 면직 뒤설립 1973 PCA 여성 안수와 성서무오 1981 EPC 쟁점별 자율을 표방 2012 ECO 2011년 안수개방 뒤 이탈 붉은 선은 반작용의 방향입니다 · 각 교단의 설립 문서

1861년 노예제를 두고 남북으로 갈라졌다. 1983년에야 재통합해 지금의 PCUSA가 됐다.

1936년 메이첸이 면직된 뒤 OPC가 섰다. 성서 무오를 지키겠다는 이유였다.

1973년 PCA가 남부 교단에서 갈라져 나왔다. 여성 안수와 성서 무오가 쟁점이었다. 지금 미국에서 보수 장로교의 중심이며 한국 교단들과 관계가 깊다.

1981년 EPC가 섰다. 본질에는 일치하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두자는 노선이었고, 여성 안수를 노회 재량에 맡겼다.

2012년 ECO가 섰다. 2011년 안수 개방 직후다. 신학적으로는 보수이면서 조직은 가볍게 가겠다는 방향이었다.

무엇이 일어났나

PCUSA 교인 수는 2000년대 초 250만에서 2020년대 100만 안팎으로 줄었다.

감소의 원인을 이 쟁점 하나로 돌릴 수는 없다. 같은 기간 미국 주류 개신교 전체가 비슷한 속도로 줄었다. 다만 이탈의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다.

계보도에서 볼 것이 하나 더 있다. 갈라져 나간 쪽도 다시 갈라진다. OPC에서 PCA로, PCA에서 EPC로, 그리고 ECO로. 매번 앞의 교단이 충분히 순수하지 않거나 충분히 자유롭지 않다는 이유였다.

개신교 항목에서 말한 구조가 여기서 반복된다. 해석이 갈릴 때 조정할 기구가 없으면 남는 방법은 갈라서는 것뿐이다.

이 절차에서 볼 것

총회와 노회의 이중 구조가 속도를 늦춘다. 총회가 통과시켜도 노회 과반이 동의해야 한다. 1997년과 2001년의 부결이 그 결과다. 이 구조는 다수의 성급한 결정을 막는 장치이면서 동시에 변화를 14년 늦추는 장치이기도 했다.

양심 조항이 분열을 늦췄다. 2014년 개정에서 집례 거부권을 함께 넣었다. 반대하는 목사가 자기 신념대로 행동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것이 갈등을 완전히 막지는 못했으나 규모를 줄였다.

논의가 문서로 남았다. 30년간의 총회 보고서와 신학 위원회 문서가 공개돼 있다. 다음 세대가 무엇이 논의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결론이 아니라 절차가 유산이다. 어느 쪽이 옳았는지를 이 항목은 판단하지 않는다. 판단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다. 논의를 봉쇄한 교단에는 아무 유산도 남지 않는다.

한국과의 대조

한국 주요 교단에서 이 쟁점은 총회 의제로 오르지 못한다. 관련 발언과 강연 참여가 징계 사유가 된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

그 결과 30년 뒤에 참조할 문서가 없다. 논의를 미루는 것은 논의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준비 없이 맞는 것이다.

이어지는 항목

쟁점 앞에서성공회감리교예장 통합개혁교회

이 글 가져가기

원문 마크다운 인쇄 · PDF